MANAubrey
카테고리
작성일
2024. 9. 13. 16:19
작성자
머그컵씨

트위터 타래로 쓴 글. 뺑소니, 살해, 암튼 여러 범죄 묘사와 잔인함이 있습니다.


 

운명의 세 여신이 새로이 승계되고, 저택에 초대된 다른 이들은 삶의 윤회를 다시 약속받았다. 마나는 죽기 전날로 돌아갈 기회를 얻은 부류였다.


그는 자신이 죽었던 도로로 몇 시간 일찍 출발했다.

 

마나의 사인은 머리에 총알이 관통한 것이었다. 자세히는, 주변 강도들이 설치해 둔 트랩에 차 타이어가 펑크가 났고, 우왕좌왕하던 사이에 기습당했다.

 

마나는, 자신이라면 똑같은 상황 속에서 죽지 않을 것이라 증명하고 싶어했다. 그날은 하루종일 그 치들이 나타나는 걸 기다릴 생각이었다. 무슨 수로 그 장소 그 시점에 죽지 않겠다는 걸까? 이번엔 그 사람들이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렇게 미세한 운명이 바뀌었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그들은 나타났다. 조금 으슥한 감이 있어 관광객 중에서도 즉흥적인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나 지나는 그 도로에 못 따위를 올려두러.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마나는, 도로 한 가운데 쭈그려 앉아 뿌린 못을 바로 세우는 그들을 향해 질주했다.

 

합 100kg가 넘는 엄폐물에 부딪친 차는 1m 정도만 구르고 멈추었다. 차에 치인 엄폐물들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마나는 자신의 죽음을 능동적으로 남에게 넘겨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제 인생에 존재할 거라 생각 못한 살인을 방금 저질렀다. 그래서 뒤처리는 조금 엉성했다. 일단 차에서 나와 그들이 죽었음을 확인하고, 다시 차에 들어가 조금 후진한 다음 1L짜리 생수 몇 병으로 차의 앞판과 바퀴의 혈흔을 닦아내고, 그리고 또 어떻게 했더라? 아무튼 마나의 남은 일정에서 이번 사건을 적당히 치웠다. 이제 어떻게 되려나. 들키면 감옥에 가겠지? 아직 새로 사귄 친구들과 재회하지 못했는데. 성정과 다른 잔인한 짓을 저질러놓고 떠올리는 발상은 꽤나 건조했다. 문장으로 구체화되는 생각은 그랬다. 그는 사망을 목도한 것에 꽤나 놀랐고, 제가 저지른 일이지만 무서웠고, 또 처음 느껴보는 고양감에 조금씩 숨이 가빠지며 손에 힘이 빠졌다 너무 들어갔다 했다.

 

그 후로 아무 일도 없었다.

 

그 지역을 벗어나, 그 나라를 벗어나, 다른 나라를 여럿 돌아다니며 사경에서 만난 친구들을 다시 수차례 만난 후에도, 사건 지역 신문에서 뺑소니 도주범을 발견 못했다는 기사가 난 후에도 마나에겐 아무 일도 없었다. 용의자라며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 별로 고민하지 않고 사는 마나에게도 이 흐름은 이상했다. 왜 들키지 않지? 아냐, 아직 안심할 수 없어. 마나는 긴장을 장시간 떠안게 되어 예전보다 조금 예민해졌다. 평소라면 어색한 듯 웃고 넘겼을 일상의 마찰에 조금씩 신경이 곤두섰다. 시선이 느껴질 때도 있었으나 고개를 돌리면 아무것도 없던 일이 좀 있었다.


 

첫 살인은 그런 여운을 남겼지만 두 번째는 그리 다채롭지 않았다. 왜 그랬더라. 이번에 작업실로 찾아온 손님은 많이 무례하고 무서웠다. 그는 시술 안내를 받는 종종 금방이라도 마나를 위협하듯 굴었다. 마나는 어느 시점에 그를 막기 위해 밀쳤다. 그랬더니 그자는 벽에 잘못 부딪혀 죽었다.

지난번에 들키지 않은 건 타국 외진 곳에서 범죄자들을 죽여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엔 자기 생활 반경의 누군가였다. 이 사람도 범죄자일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범인으로 특정되긴 더 쉬워졌다! 우선 치워는 둘까. 들키기 쉬워졌다고 해서 자수하겠다는 건 아니고 몇 시간 뒤에 다음 손님도 올 예정이었다. 시체는 손님들이 오지 않는 구역 서늘한 곳에 비닐같은 걸 덮어뒀고 피는 대걸레질 했다. 한 이틀 뒤 쉬는 날에 시체를 트렁크에 싣고 버리고 왔다. 이번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

 

이번에도 마나는 잡혀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살인 후의 흥분이나 두려움보다 의아함이 마나를 차지했다. 이렇게까지 피해지는 건 말이 안 되니까. 꼭 누군가가 자신의 불리한 짓을 덮어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설마, 마나는 한 가지 실험을 했다. 대로변의 가게에서 물건 하나를 훔쳤다. 손에 잡히는 대로, 한 손에 쥐여지지만 제법 부피가 있어 목격될 수 있는 걸로. 적당히 음식이었던 것 같아 귀가하고 냉장고에 넣었다. 마찬가지로 들키지 않았다. 다시 그 가게에 찾아갔을 때 범인을 찾고 있다는 안내문조차 붙어있지 않았다. 온 김에 복권을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마나는 문득 그 저택에서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차라리 너에게 매 순간 넘치는 행운을 안겨줄까."

 

자신은 분명 거절했었다. 하지만 며칠 후에도 가게에선 도둑을 찾는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고 복권은 당첨되지 않았다.

 

이게 그가 말한 행운이 아닐까?

 

복권에 당첨되고, 프라이팬에 깨트리는 계란은 모두 쌍란에, 신호등을 건너려 하면 마침 초록불이 되는 부유한 행운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일들을 전부 들키지 않게 하는 현상유지의 행운. 그걸 자신에게 내리고 있는 게 아닐까? 그 새로운 운명의 신이? 나는 분명 거절했는데. 아니, 그가 지금 자신을 가호하고 있는 게 맞기나 할까? 따져 묻기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인연이었다.

 

냉장고를 열어 처박아둔 장물을 봤다. 500ml 포도맛 스파클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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